와 에서의 기이(奇異)의 형상화 양상과 차별적 시선

2016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서사 양식 중 전기(傳奇)와 지괴(志怪)는 낯선 것, 낯선 것과의 만남, 낯선 체험을 포착하여 서사화한 대표적인 장르이다. 이 글은 와 에서 기이(奇異)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차별적 시선이 개입하고 있는지를 고찰한 것이다. 는 김현이 죽기 직전에 지은 호녀(虎女)에 대한 전(傳)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현에게 있어서 호녀는 죽는 순간까지 일상(日常)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김현이 지은 전은 호녀라는 비일상적 존재와의 만남에 대한 김현 나름대로의 정리이자 해석인 것이다. 김현은 자신이 체험한 기이를 하늘의 뜻으로 돌리는 등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그 결과 그는 방관자적인 면모를 보인다. 김현의 이런 태도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그가 죽는 순간까지 호녀의 존재를 기이의 차원에서밖에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육체적 욕망에 이끌려 이물(異物)에게 미혹(迷惑)되었다는 혐의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에서 최치원은 김현과 달리 전혀 기이에 압도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아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런데 그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이 만난 두 여성이 이계의 존재라는 점이 아니라 두 여성이 정절을 지켰는지의 여부이다. 그리고 두 귀녀(鬼女)들은 자신들을 미색(美色)으로 인간/남성을 미혹하는 여우나 두 남편을 섬긴 여자들과 구별한다. 이렇듯 와 에서는 ‘기이’를 서술함에 있어서 ‘구별하기’가 중요하다. 인간에게 낯선 존재인 이물에 대해서도 인간/남성의 기준에 따른 위계(位階)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낯선 존재, 낯선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못하고, 그것을 인간/남성 중심적인 일상의 논리와 윤리의 차원에서 순치(馴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균열과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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