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발견과 치유의 여정 -이문구의 장편「장한몽」을 중심으로-

2009 
이문구 소설은 시기별로 볼 때 작가의 경력에 따라 화자의 연령이 높아진다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화자가 변하면서 소설에서 다룰 수 있는 인식의 지평도 달라지게 되는데, 이는 일종의 성장구도를 보여준다. 따라서 이문구의 초기 소설은 그 수준을 떠나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문학의식 정립기의 산물이라 할 수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그의 초기작 중 장편 장한몽은 독특한 소재와 인물군을 다루었다는 점 이외에도 자전적 인물을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장한몽은 공동묘지 이장 작업 중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로, 등장인물들은 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와 도시화․산업화에 의한 구조적 빈곤을 겪으며 서울의 변두리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강인하다 못해 극악스러울 정도로 악착같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이러한 모습은 초점화자인 김상배의 자의식을 자극하여 그가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나름의 방식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만든다.김상배는 작가이문구의 자전적 인물로, 전쟁으로인한가족의죽음과사상적문제를겪으며 사회로부터 자발적으로 자신을소외시킨다. 그러던 그가 이장작업을 맡으면서 자신에게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결여되어 있음을 깨닫고, 그 원인이 무의식적으로 억압해왔던 유년시절의 트라우마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보통사람처럼 살아가기’를 방법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이 아니라 심정적인 동의로, 이는 지나치게 당위적어서 작가의 의지가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작가가 자신의 문제를 상배를 통해 윤리적 차원의 진술로 마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그의 이후 소설들과의 관련성 속에서 좀더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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